[2] 생각 말고 사실을 말하라

개고기 논쟁은 서로 다른 생각이 맞서기 쉽고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을 알아보기에도 좋은 주제다. 개고기를 먹는 문화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자기 뜻에 따라 문화상대주의를 논하거나 동물 애호 주의를 말한다. 문화상대주의란 특정 사회에 사는 우리가 공유하는 개별 문화는 독자적인 세계 인식 방식이나 가치관 등을 가지고 있으므로 다양한 문화를 두고 우열을 따질 수 없다는 견해를 말한다. 앞선 손석희와 브리지트 바르도의 인터뷰에서 손석희는 “당신은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라고 질문한다.

보통의 경우, 논쟁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주장과 대립하는 자신의 주장을 먼저 내세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말할 때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주장을 그대로 말한다. 앞선 대화에서 보면 ‘당신의 주장은 문화상대주의에 반하는 주장입니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에 해당한다. 상품을 만드는 경우로 비유하자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상품의 가치를 잘 보여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이 상품을 쉽고 충분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고 만드는 대로 파는 것이다.

브리지트 바르도의 말과 행동을 들으면 머릿속에서 상대방의 주장이 문화상대주의에 반하는 잘못된 주장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논쟁의 고수라면 이때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반대의 주장을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 자기 생각을 사실에 관한 이야기나 질문으로 풀어서 말한다. 관념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사실을 말할 때 보다 명쾌하게 들린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에서는 정의가 무엇인지 말하기 위해 400쪽이 넘는 분량의 글을 썼다. 관념이나 생각의 구체적인 모습은 사람마다 때로는 나 자신 속에서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일치할 수가 없다. 반면에 사실은 단 하나의 답이 존재한다. 처음부터 자기 생각을 늘어놓는 사람은 무한대로 존재하는 생각 중에서 하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을 뿐이지만, 사실로 말하는 사람은 단 하나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명쾌하게 들린다. 앞선 인터뷰에서 상대방이 각국의 문화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한국에 대해 편견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고 묻는다. 자기 생각을 그대로 말하지 않고 사실로 바꾸어 말하는 것이 바로 이런 방식이다. 이 질문을 받은 상대방은 자신이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에 대한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에 관한 이야기를 주장보다 먼저 말하면 메시지가 명쾌하게 들린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누구나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그것이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보통은 주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라 주장을 먼저 앞세운다. 그러면 상대방 역시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한다. 이러다 보면 오랜 시간 대화를 하더라도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점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상대방이 잘못된 논리로 주장을 이끌어가도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서 그런 것인지, 상대방의 생각에 오류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입증하기가 어렵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 전에 이를 뒷받침할 사실을 먼저 말하라. 얼핏 들으면 쉬운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사실을 먼저 말하기는커녕 어느 것이 사실이고 어느 것이 주장인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과 논쟁할 때는 내 주장부터 늘어놓고 목소리를 높여갈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실로 내 주장을 뒷받침할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 사실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야 한다. 언제나 자신의 주장을 늘어놓기 전에 상대방에게 사실을 묻고 자기 생각을 사실로 풀어 말하는 것이 좋다.